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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번역자료/한국어 문법

한글 발음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총칙

 

제1항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 나라 안에서 지역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형태로 쓰이는 말을 단수 혹은 복수의 표준형으로 제시하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의 효율적이고 통일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다. 국어 토박이 화자가 하는 말은 어휘의 형태나 음운의 발음에서 지역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여러 형태나 발음 중 하나 혹은 둘을 표준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표준어 규정의 목적이다.

 

  한글 맞춤법은 그러한 표준형을 문자로 적을 때 올바르게 표기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이므로, 표준어 규정은 한글 맞춤법의 전제가 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어 언중들은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뚜렷이 구별하지 않고 한글 맞춤법으로 일원화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글 맞춤법에는 표준어 규정에 귀속되어야 할 만한 예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어 언중들에게 실용적인 성격의 어문 규정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표준어 규정 제1항에는 표준어를 정하는 사회적, 시대적, 지역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1. 사회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여야 한다. 교양이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를 뜻하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란 사회적 품위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물론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비어, 속어, 은어 등을 쓸 수는 있으므로 표준어의 사회적 기준은 상당히 느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어, 속어, 은어 등은 표준어이기는 하되 언어 예절에 어긋난 말들이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을 자제하여야 하는 말들이다.

 

  2. 시대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현대의 언어여야 한다. 여기서 ‘현대’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현재란 뜻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에서 현재와 같은 구획에 있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사회적, 경제적 시대 구분과는 달리 언어 사용에서 현대를 구분하는 데에는 뚜렷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20세기 초의 구어가 현대의 말로 간주되곤 하나, 21세기가 상당히 진행된 현재로서는 20세기 초의 구어를 현대의 말로 간주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한 시대에 최대 4세대가 공존할 수 있으므로 세대 간 시간 차를 30년 남짓으로 잡으면 넉넉잡아 100년 정도의 시간 차가 있는 말들이 한 시대에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를 100년 전으로부터 현재 시점까지의 기간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 인식은 ‘현대’ 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편의상 행할 수 있는 것일 뿐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는 국어 언중들의 직관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3. 지역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서울말이어야 한다. 이는 표준어의 공용어적 성격을 가장 크게 드러내 주는 기준이다. 가령, 많은 지역 사람들이 모여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각자의 지역어를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준어의 조건으로 서울말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서울말이라도 비표준적인 요소가 있다. “나두 간다.”와 같은 말에서 ‘두’는 서울말이기는 하지만 표준어는 아니다. 교양 있는 사람은 오랜 문자 언어의 관습적 쓰임에 영향을 받아 ‘도’라고 쓰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말은 서울 지역의 말을 바탕으로 하되 언중들의 교양 의식을 반영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말을 표준어의 조건으로 한다는 이러한 규정을 어떤 지역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표준어는 교육, 방송, 공식적 담화 등에서 써야 할 말이지 지역 사람들끼리 편하게 대화하는 경우에까지 꼭 써야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지역어는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의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표준어 규정의 실제적인 대상은 다음과 같다.

 

  (가)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서 표준어로 규정하였던 형태가 그동안 자연스러운 언어 변화에 의해 고형(古形)이 된 것

  (나) 1933년 당시 미처 사정의 대상이 되지 않아 표준어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

  (다) 각 사전에서 달리 처리하여 정리가 필요한 것

  (라) 방언, 신조어 등이 세력을 얻어 표준어 자리를 굳혀 가던 것

 

  그러나 수많은 어휘의 표준어형을 규정에서 다 예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국립국어원에서는 인터넷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에 초판이 발간된 종이 사전 “표준국어대사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현재에도 계속 수정·보완 중이다. 여기에서 방대한 어휘의 표준어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는 비표준어였지만 현재에는 표준어로 인정될 만한 어휘를 꾸준히 추가하여 발표하고 있고, 이 또한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되어 있다.

 

제2항 외래어는 따로 사정한다.

 

  세계 각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의 말은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국어의 일부로 수용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해 주어야 할 뿐 아니라, 그 표기 역시 결정해 주어야 한다. 이 조항은 외국의 말이 국어의 일부인 외래어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정 작업을 표준어 규정과는 별도로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표준어를 사정하는 데에는 사회적, 시대적, 지역적 기준을 적용하지만 외래어를 사정하는 데에는 그러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조항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문체부 고시 제2017-14호)을 기준으로 별도로 사정한다. 다만 외래어 표기법의 ‘외래어’가 고유 명사를 포함해 우리말에 동화되지 않은 모든 외국어를 포함하는 반면, 이 조항의 ‘외래어’는 우리말에 편입된 말만을 이르는 좁은 개념이다.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어휘는 자음과 모음의 발음이 달라지고 길이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를 입게 된다. 어문 규범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발음에 다소의 변화를 입어도 표준어를 곧바로 바꾸지는 않지만, 발음 변화의 정도가 심하거나 발음이 변한 지 오래되어 대부분의 교양 있는 서울 지역 사람들이 바뀐 발음으로 말을 하는 경우에는 표준어를 새로이 정하게 된다. 발음 변화에 따라 새로이 표준어를 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발음이 바뀐 후의 말만 인정하는 방법과 바뀌기 전의 말과 바뀐 후의 말을 모두 인정하는 방법이다. 앞엣것에 따르면 단수 표준어, 뒤엣것에 따르면 복수 표준어가 된다. 원칙적으로는 언어가 변화하였으면 단수 표준어로 정해야 하겠으나, 언어의 변화에는 대부분 긴 시간의 과도기가 있으므로 복수 표준어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언어의 규범적 사용을 점차 유연하게 인식하게 됨에 따라 복수 표준어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년을 시작으로 표준어 추가 목록을 발표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수정ㆍ보완을 통해 표준어의 목록을 갱신하고 있다.

 

제1절 자음

 

제3항 다음 단어들은 거센소리를 가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제3항은 예사소리나 된소리가 거센소리로 변한 경우의 예이다. 사실 ‘나팔꽃’이나 ‘끄나풀’ 등은 이 표준어 규정이 공표되기 전에 이미 일반화되었던 형태들이다. 이 점에서 여기 예시한 어휘는 이미 뿌리를 내린 형태들을 인정하는 성격이 크다.

  ① ‘나발꽃’이 ‘나팔꽃’으로 바뀌었으나 모든 ‘나발’을 ‘나팔’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나팔’과 함께 놋쇠로 긴 대롱처럼 만든 전통 관악기의 하나인 ‘나발’도 인정될 뿐만 아니라 ‘나팔바지, 나팔관, 나팔벌레’ 등과 ‘개나발, 병나발’ 등의 합성어에서도 각각 구별되어 쓰인다. 

 

  ② 동물 ‘삵’과 ‘고양이’의 준말인 ‘괭이’가 결합한 ‘삵괭이’는 표준 발음법에 따라 [삭꽹이]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 발음은 [살쾡이]이므로 ‘살쾡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표준어 규정 제26항에서는 ‘살쾡이’와 함께 ‘삵’도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③ ‘칸’은 공간의 구획을 나타내며, ‘간(間)’은 이미 굳어진 한자어 속에서 쓰이거나 공간으로서의 장소를 가리키는 접미사로 쓰인다. 그러므로 ‘위 칸, 한 칸 벌리다, 비어 있는 칸’ 등에서는 ‘칸’을 쓰고 ‘초가삼간, 뒷간, 마구간, 방앗간, 외양간, 푸줏간, 헛간’ 등에서는 ‘간’을 쓴다.

 

  ④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한다는 뜻으로, 주로 ‘옷, 이불’ 등과 같이 먼지 따위가 붙어 있는 대상을 목적어로 취한다. 반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낸다는 뜻으로, ‘먼지, 재’ 등과 같이 떨어져 나가는 대상을 목적어로 취한다. 따라서 ‘먼지를 떨기 위해 옷을 털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이러한 쓰임을 고려하면 ‘재떨이, 먼지떨이’가 올바른 표기가 된다. 그러나 ‘재물’이 목적어로 쓰이는 경우에는 유사한 의미로도 쓰인다. ‘털다’는 ‘남이 가진 재물을 몽땅 빼앗거나 그것이 보관된 장소를 모조리 뒤지어 훔치다’를, ‘떨다’는 ‘남에게서 재물을 모조리 훔치거나 빼앗다’를 뜻한다. 다만, ‘먹다’와 결합해 합성어로 쓸 때에는 ‘털어먹다’로 쓴다.

 

제4항 다음 단어들은 거센소리로 나지 않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제3항과 같은 취지로 규정한 말들이나, 제3항의 경우와는 달리 거센소리가 예사소리로 변화한 말들을 표준어로 삼은 경우이다.

 

  ① 표준어 규정이 공표된 1988년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거시키’보다는 ‘거시기’가 더 널리 쓰였고 이 조항에서 이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② ‘푼’은 한자 ‘分’의 고어 발음의 잔재이다. 현대 국어의 ‘할, 푼, 리’나 ‘땡전 한 푼’ 등에 ‘푼’이 남아 있으나 한자어로 읽을 때에는 ‘분’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시계의 ‘분침’은 ‘푼침’으로 쓰지 않는다.

 

제5항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다만, 어원적으로 원형에 더 가까운 형태가 아직 쓰이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학문적으로는 어원이 밝혀져 있더라도 언중의 어원 의식이 약해져서 어원으로부터 멀어진 형태가 널리 쓰이면 그 말을 표준어로 삼고, 어원에 충실한 형태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은 표준어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다룬 조항이다.

 

  ① ‘강낭콩’은 중국의 ‘강남(江南)’ 지방에서 들여온 콩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강남’의 형태가 변하여 ‘강낭’이 되었다. 제9항의 ‘남비’가 ‘냄비’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언중이 이미 어원을 인식하지 않고 변한 형태대로 발음하는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강낭콩’으로 쓰게 한 것이다.

 

  ② 예전에는 ‘지붕을 일 때에 쓰는 새끼’와 ‘좁은 골목이나 길’을 모두 ‘고샅’으로 써 왔는데, 앞의 뜻의 말에 대해 어원 의식이 희박해져서 조사가 붙은 형태가 [고사시/고사슬] 등으로 발음되고 있으므로 앞의 뜻의 말을 ‘고삿’으로 정한 것이다. ‘속고삿’은 초가지붕을 일 때 이엉을 얹기 전에 지붕 위에 건너질러 잡아매는 새끼이고, ‘겉고삿’은 이엉을 얹은 위에 걸쳐 매는 새끼이다.

 

  ③ ‘월세(月貰)’와 뜻이 같은 말로서 과거에는 ‘삭월세’와 ‘사글세’가 모두 쓰였다. 그러나 ‘삭월세’를 한자어 ‘朔月貰’로 보는 것은 ‘사글세’의 음을 단순히 한자로 흉내 낸 것으로 보아 ‘사글세’만을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어원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어원을 의식한 형태가 쓰이는 것들은 그 짝이 되는 비어원적인 형태보다 더 우선적으로 표준어 자격을 주도록 규정하였다.

 

  ④ ‘갈비, 갓모, 휴지(休紙)’는 변화된 형태인 ‘가리, 갈모, 수지’ 등도 각각 쓰였으나, 본래의 형태가 더 널리 쓰이므로 ‘갈비, 갓모, 휴지’의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다만, ‘갓모’와는 별개로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던 고깔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뜻하는 ‘갈모(-帽)’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⑤ ‘밀-’에 ‘-뜨리다’가 붙은 ‘밀뜨리다’도 언중이 ‘밀다’의 뜻을 의식하고 있으므로 비록 ‘미뜨리다’가 쓰이고 있어도 ‘밀뜨리다’로 쓴다. 다만, ‘-뜨리다’와 ‘-트리다’가 같은 뜻의 복수 표준어 접미사로 인정되므로 ‘밀뜨리다’와 함께 ‘밀트리다’도 표준어로 인정된다.

 

  ⑥ ‘적이’는 의미적으로 ‘적다’와는 멀어지고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저으기’가 널리 보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반대의 뜻이 되었더라도 원래의 어원 ‘적다’와의 관계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으기’가 아닌 ‘적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제6항 다음 단어들은 의미를 구별함이 없이,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다만, ‘둘째’는 십 단위 이상의 서수사에 쓰일 때에 ‘두째’로 한다.

 

  이 조항은 그동안 용법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해 온 것 중 현재에는 그 구별의 의의가 거의 사라진 항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① 과거에 ‘돌’은 생일, ‘돐’은 ‘한글 반포 500돐’처럼 ‘주년’의 의미로 세분해 써 왔다. 그러나 그러한 구별은 인위적이고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돐이, 돐을’의 발음인 [돌씨], [돌쓸]이 언어 현실에 있는 발음이 아니므로 ‘돌’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② 과거에 ‘두째, 세째’는 ‘첫째’와 함께 차례를, ‘둘째, 셋째’는 ‘하나째’와 함께 ‘사과를 벌써 셋째 먹는다’에서와 같이 수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구별하여 써 왔다. 그러나 언어 현실에서 이와 같은 구별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판단되어 ‘둘째, 셋째’로 통합한 것이다. 따라서 ‘두째, 세째, 네째’와 같은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다만, ‘두째’가 다른 수 뒤에 오는 ‘열두째, 스물두째, 서른두째’ 등은 인정하였는데, 이는 받침 ‘ㄹ’ 발음이 분명히 탈락하는 언어 현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순서가 첫 번째나 두 번째쯤 되는 차례를 나타내는 ‘한두째’에서도 ‘두째’로 쓴다. 그러나 이에도 예외가 있는데, 드물게 쓰이기는 하지만 ‘열두 개째’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열둘째’가 인정된다.

 

  ③ ‘빌다’에는 원래 물건 따위를 구걸한다는 뜻( 밥을 빌러 다니다)과 신이나 사람 따위에 간청한다는 뜻( 하늘에 소원을 빌다), 그리고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 친구에게 돈을 빌다)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의 ‘빌다’는 ‘빌리다’로 형태가 바뀜에 따라 ‘빌다’를 버리고 ‘빌리다’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빌리다’는 원래 ‘빌다’의 피동형으로서 대가를 받기로 하고 남에게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내어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뜻으로 쓰임에 따라 원래의 의미는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의 의미로는 ‘빌려주다’가 ‘빌리다’를 대신하여 쓰이게 되었다.

 

제7항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

 

  다만 1. 다음 단어에서는 접두사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접두사 '암-'이 결합되는 경우에도 이에 준한다.

 

  다만 2. 다음 단어의 접두사는 '숫-'으로 한다.

 

  이 조항에서는 ‘암’과 ‘수’를 구별하여 쓸 때의 기본적 표준어는 ‘암’과 ‘수’임을 분명히 밝혔다. ‘암’과 ‘수’는 역사적으로 ‘암ㅎ, 수ㅎ’과 같이 ‘ㅎ’을 맨 마지막 음으로 가지고 있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ㅎ’이 모두 떨어졌으므로 떨어진 형태를 기본적인 표준어로 규정하였다.

 

  ① ‘ㅎ’은 현대의 단어들에도 그 발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 ‘ㅎ’이 뒤의 예사소리와 결합하면 거센소리로 축약되는 일이 흔하여 이 조항에서 부가적으로 규정하였다. 즉 ‘암ㅎ’에 ‘개, 닭, 병아리’가 결합하면 각각 ‘암캐, 암탉, 암평아리’가 되고 ‘수ㅎ’에 ‘개, 닭, 병아리’가 결합하면 각각 ‘수캐, 수탉, 수평아리’가 되는 언어 현실을 존중하였다. 이러한 축약은 ‘다만 1’ 규정에서 언급한 예들에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암ㅎ, 수ㅎ’에 ‘고양이’가 결합하더라도 ‘암고양이, 수고양이’와 같은 형태가 표준어가 된다. 발음도 [암고양이], [수고양이]가 표준 발음이다.
 

  ② ‘수’와 뒤의 말이 결합할 때, 발음상 [ㄴ(ㄴ)] 첨가가 일어나거나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되는 경우 사이시옷과 유사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 판단하여 ‘수’에 ‘ㅅ’을 붙인 ‘숫’을 표준어형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다만 2’ 규정에서 언급한 예들만 해당한다. ‘숫양, 숫염소’는 발음이 [순냥], [순념소]이지 [수양], [수염소]가 아니므로 ‘수양, 수염소’와 같은 형태를 비표준어로 규정하였다. 또 ‘숫쥐’는 발음이 [숟쮜]이지 [수쥐]가 아니므로 ‘수쥐’와 같은 형태를 비표준어로 규정하였다.

 

제2절 모음

 

제8항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다음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다만, 어원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다음 단어에서는 양성 모음 형태를 그대로 표준어로 삼는다.

 

  우리말에는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 조화(母音調和) 현상이 있다. 중세 국어에서는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의 세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근대를 거치면서 음성 모음의 세력이 급격히 커졌다. 예컨대 ‘ 막-아, 좁-아’, ‘접-어, 굽-어, 재-어, 세-어, 괴-어, 쥐-어’ 등의 어미 활용에서도 음성 모음의 우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한 단어 내부에서도 양성 모음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고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이 섞여 나타나는 일이 많다. 이 조항은 그러한 음성 모음 우세 현상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① 종래의 ‘깡총깡총’은 언어 현실을 반영하여 ‘깡충깡충’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된 ‘강중강중, 깡쭝깡쭝’도 ‘강종강종, 깡쫑깡쫑’으로 쓰지 않는다. ‘깡충깡충, 강중강중, 깡쭝깡쭝’의 음성 모음 대응형은 각각 ‘껑충껑충, 겅중겅중, 껑쭝껑쭝’이다. 그러나 ‘ 껑충하다’와 짝을 이루는 말은 ‘깡총하다’로서 ‘깡충하다’가 오히려 비표준어이다.

 

  ② ‘-동이’도 음성 모음화를 인정하여 ‘-둥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둥이’의 어원은 아이 ‘동(童)’을 쓴 ‘동이(童-)’이지만 현실 발음에서 멀어진 것으로 인정되어 ‘-둥이’를 표준으로 삼았다. 그에 따라 ‘귀둥이, 막둥이, 쌍둥이, 바람둥이, 흰둥이’에서 모두 ‘-둥이’를 쓴다. 다만, ‘쌍둥이’와는 별개로 ‘쌍동밤’과 같은 단어에서는 한자어 ‘쌍동(雙童)’의 발음이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쌍둥밤’으로 쓰지 않는다. 또 살이 올라 보드랍고 통통한 아이를 뜻하는 ‘옴포동이’는 ‘옴포동하다’의 어근 ‘옴포동’에 ‘-이’가 결합된 말로서 ‘-둥이’와 관련이 없으므로 ‘옴포둥이’와 같이 쓰지 않는다.

 

  ③ ‘발가숭이’와 마찬가지로 ‘빨가숭이’도 양성 모음 뒤에 음성 모음이 결합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이에 대응하는 짝은 ‘벌거숭이, 뻘거숭이’이다. 그러나 ‘애송이’는 ‘애숭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④ 물건을 보에 싸서 꾸려 놓은 것을 뜻하는 ‘보퉁이’와 함께 눈두덩의 불룩한 부분을 뜻하는 ‘눈퉁이’나 미련한 사람을 낮추어 가리키는 ‘미련퉁이’ 등에서도 ‘-퉁이’를 쓴다. 그러나 ‘고집통이, 골통이’에서는 ‘통이’를 쓰는데, 이는 ‘고집통이, 골통이’가 각각 ‘고집통’, ‘골통’에 ‘-이’가 붙은 말이기 때문이다.

 

  ⑤ ‘봉족(奉足), 주초(柱礎)’는 한자어로서의 형태를 인식하지 않고 쓰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봉죽, 주추’와 같이 음성 모음 형태를 인정했다.

 

  ⑥ ‘뻗장다리’를 취하지 않고 ‘뻗정다리’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언어 현실을 수용한 것이다.

 

  ⑦ 금지(禁止)의 뜻을 나타내는 ‘앗아, 앗아라’는 빼앗는다는 원뜻과는 멀어져서 단지 하지 말라는 뜻이 되었는데, 현실 발음에 따라 음성 모음 형태를 취하여 ‘아서, 아서라’로 한 것이다. 어원 의식이 희박해졌으므로 어법에 따라 ‘앗어, 앗어라’와 같이 적지 않고 ‘아서, 아서라’와 같이 적는다.

 

  ⑧ ‘오똑이’도 명사나 부사로 다 인정하지 않고 ‘오뚝이’만을 표준어로 정하였다. ‘오똑하다’도 취하지 않고 ‘오뚝하다’를 표준어로 삼는다.

 

  ⑨ 다만, ‘부주, 사둔, 삼춘’은 널리 쓰이는 형태이나, 이들은 한자어 어원을 의식하는 경향이 커서 음성 모음화를 인정하지 않고 ‘부조(扶助), 사돈(査頓), 삼촌(三寸)’과 같이 한자어 발음을 그대로 쓴 것을 표준어로 삼았다.

 

제9항 ‘ㅣ’ 역행 동화 현상에 의한 발음은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되, 다만 다음 단어들은 그러한 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붙임 1] 다음 단어는 ‘ㅣ’ 역행 동화가 일어나지 아니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붙임 2]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ㅣ’ 역행 동화란 뒤에 오는 ‘ㅣ’ 모음 혹은 반모음 ‘ㅣ[j]’에 동화되어 앞에 있는 ‘ㅏ, ㅓ, ㅗ, ㅜ, ㅡ’가 각각 ‘ㅐ, ㅔ, ㅚ, ㅟ, ㅣ’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아비, 어미, 고기, 죽이다, 끓이다’는 자주 [애비], [에미], [괴기], [쥐기다], [끼리다]로 발음된다. ‘ㅣ’ 역행 동화는 전국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체언에 조사가 붙은 ‘밥이’를 [배비]와 같이 발음하는 경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나, 한 단어 안에서는 ‘ㅣ’ 역행 동화가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대부분 주의해서 발음하면 피할 수 있는 발음이므로 그 동화형을 표준어로 삼기 어렵다. 또한 이 동화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여 그 동화형을 다 표준어로 인정하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그리하여 ‘ㅣ’ 역행 동화 현상을 인정하는 표준어는 최소화하였다.

 

  ① ‘-나기’는, 서울에서 났다는 뜻의 ‘서울나기’는 그대로 쓰임 직하지만 ‘신출나기, 풋나기’는 어색하므로 일률적으로 ‘-내기’를 표준으로 삼았다. ‘여간내기, 보통내기, 새내기’ 등의 어휘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기’를 표준으로 삼는다.

 

  ② ‘남비’는 종래 일본어 ‘나베[鍋]’에서 온 말이라 하여 원형을 의식해서 처리했던 것이나, 현대에는 어원 의식이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제5항에서 ‘강남콩’을 ‘강낭콩’으로 처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냄비’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붙임 1] ‘아지랑이’는 과거의 대사전들에서 ‘아지랭이’로 고쳐진 것이 교과서에 반영되어 ‘아지랭이’가 표준어로 쓰여 왔으나, 현대 언중의 직관이 ‘아지랑이’를 표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삼았다.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정한 바 있었는데 그것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붙임 2] ‘-장이’는 기술자에 붙는 접미사이고 ‘-쟁이’는 기타 어휘에 붙는 접미사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기술자’는 ‘수공업적인 기술자’로 한정한다. 따라서 ‘칠장이, 유기장이’에서는 ‘-장이’를 표준으로 삼고 ‘멋쟁이, 소금쟁이, 골목쟁이’ 등에서는 ‘-쟁이’를 표준으로 삼았다. 또한 점을 치는 사람은 ‘점쟁이’가 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낮추어 가리키는 말은 ‘환쟁이’가 된다. 이들은 수공업적인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에 따라 ‘-장이’와 ‘-쟁이’를 구별해서 쓰기 때문에 갓을 만드는 기술자는 ‘갓장이’, 갓을 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갓쟁이’가 된다.

 

제10항 다음 단어는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일부 방언에서는 이중 모음을 단모음으로 발음한다. 가령 ‘벼’를 [베]라고 발음하는 일이 있다. 또한 ‘사과’를 [사가]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ㅚ, ㅟ, ㅘ, ㅝ’ 등의 원순 모음을 평순 모음으로 발음하는 일은 더 흔히 일어난다. 그러나 이 조항에서 다룬 단어들은 표준어 지역에서도 모음의 단순화 과정을 겪고, 애초의 형태는 들어 보기 어렵게 된 것들이다.

 

  ① 사용 빈도가 높은 ‘괴퍅하다’는 ‘괴팍하다’로 발음이 바뀌었으므로 바뀐 발음 ‘팍’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용 빈도가 낮은 ‘강퍅하다, 퍅하다, 퍅성’ 등에서의 ‘퍅’은 ‘팍’으로 발음되지 않으므로 ‘퍅’이 아직도 표준어형이다.

 

  ② ‘미류나무’는 버드나무의 한 종류이므로 ‘미류’는 어원적으로 분명히 버드나무의 의미를 담고 있는 ‘미류(美柳)’인데 이제 ‘미류’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루나무’를 표준어로 삼았다.

 

  ③ ‘여느’도 원래 ‘여늬’였으나 이중 모음 ‘ㅢ’가 단모음 ‘ㅡ’로 변하였으므로 ‘여느’를 표준어로 삼았다. ‘늬나노’의 ‘늬’도 언어 현실에서 [니]로 소리 나므로 ‘니나노’를 표준어로 삼는다.
 

  ④ ‘으례’ 역시 원래 ‘의례(依例)’에서 ‘으례’가 되었던 것인데 ‘례’의 발음이 ‘레’로 바뀌었으므로 ‘으레’를 표준어로 삼았다. 한편 부사 ‘으레’에 다시 ‘-이/-히’가 붙은 ‘으레이, 으레히’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일이 많은데, 이는 인정하지 않는다.

 

제11항 다음 단어에서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제11항은 제8항~제10항에서 제시한 모음 변화에 속하지 않는 예들을 보인 조항이다. 변화된 발음이 굳어진 경우 그것을 표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① ‘-구려’와 ‘-구료’는 미묘한 의미 차가 있는 듯도 하나 언중이 분명히 의식할 수 없으므로 ‘-구려’ 쪽만 살린 것이다.

 

  ② 원래 ‘깍정이’였던 말이 ‘ㅣ’ 역행 동화를 겪으면 ‘깍젱이’가 되어야 하는데, 언어 현실에서 ‘ㅐ’와 ‘ㅔ’가 발음으로 뚜렷이 구별되지 않고 표기상 ‘ㅐ’를 선호한다는 점에 근거하여 표준어를 ‘깍쟁이’로 정하였다. 그럼으로써 이는 ‘ㅣ’ 역행 동화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진 표준어가 되어 제9항의 예외로 다루지 않고 여기에서 다루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밤나무, 떡갈나무 따위의 열매를 싸고 있는 술잔 모양의 받침을 뜻하는 ‘깍정이’는 원래의 말을 그대로 두었다.

 

  ③ ‘나무래다, 바래다’는 방언으로 해석하여 ‘나무라다, 바라다’를 표준어로 삼았다. 그런데 근래 ‘바라다’에서 파생된 명사 ‘바람’을 ‘바램’으로 잘못 쓰는 경향이 있다. ‘바람[風]’과의 혼동을 피하려는 심리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동사가 ‘바라다’인 이상 그로부터 파생된 명사가 ‘바램’이 될 수는 없어 비고에서 이를 명기하였다. ‘바라다’의 활용형으로, ‘바랬다, 바래요’는 비표준형이고 ‘바랐다, 바라요’가 표준형이 된다. ‘나무랐다, 나무라요’도 ‘나무랬다, 나무래요’를 취하지 않는다.

 

  ④ ‘미시/미수, 상치/상추’ 역시 발음의 변화에 따라 ‘미수, 상추’가 현실 발음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으므로 ‘미시, 상치’로 쓰지 않는다. 종(種)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말하는 ‘튀기’는 원래 ‘트기’였으나 발음이 변하여 ‘튀기’가 되었고 이 말이 널리 쓰이므로 표준어로 삼았다.

 

  ⑤ ‘주책(←주착, 主着)’은 한자어 형태를 버리고 변한 형태를 취한 것이다. 그런데 ‘주착’이 원래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라는 뜻이었으므로 ‘주책없다’가 표준어이고 ‘주책이다’는 비표준형이었으나, ‘주책’의 의미로서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인정함에 따라 2016년에는 ‘주책없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주책이다’를 표준형으로 인정하였다.

 

  ⑥ ‘지루하다(←지리하다, 支離--)’ 역시 한자어 어원의 형태를 버리고 변한 형태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지리멸렬(支離滅裂)’에서는 ‘지리’가 유지되고 있다.

 

  ⑦ ‘시러베아들(←실업의아들), 허드레(←허드래), 호루라기(←호루루기)’ 역시 변화된 후의 현실 발음을 반영한 표준어이다.

 

제12항 ‘웃-’ 및 ‘윗-’은 명사 ‘위’에 맞추어 ‘윗-’으로 통일한다.

 

다만 1.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위-’로 한다.

 

  다만 2. ‘아래, 위’의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으로 발음되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제12항은 언어 현실에서 자주 혼동되어 쓰이는 ‘웃-’과 ‘윗-’을 구별하여 쓰도록 한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위, 아래’의 개념상 대립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웃-’으로 쓰고, 그 외에는 ‘윗-’을 표준어로 삼았다. 예를 들어 ‘웃돈’과 ‘윗돈’ 중에서는, 개념상 ‘아랫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웃돈’을 표준어로 삼은 반면, ‘윗목’은 이에 대립하는 ‘아랫목’이 가능하므로 ‘웃목’이 아닌 ‘윗목’을 표준어로 삼았다. 여기에서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윗-’이 붙은 단어가 있으면 대체로 ‘아랫-’이 붙은 단어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랫-’이 붙은 말이 없더라도 ‘윗-’이 의미상 ‘아랫-’과 반대되는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윗-’으로 쓸 수 있다. ‘윗넓이’가 그런 경우이다. ‘아랫넓이’라는 말은 없지만 ‘윗넓이’의 ‘윗-’이 의미상 ‘아랫-’과 반대되는 의미이기 때문에 ‘윗넓이’라고 쓴다. 둘째, ‘윗-/아랫-’에는 사이시옷이 있는데,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만 쓰이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벽에 사진을 위아래로 나란히 붙여 놓았을 때에 두 사진을 ‘위 사진[위사진], 아래 사진[아래사진]’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윗사진[위싸진], 아랫사진[아래싸진]’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① ‘다만 1’은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한글 맞춤법 제30항 규정에 맞춘 것이다. 사이시옷은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에 쓰는 것인데, 이미 된소리나 거센소리인 것은 이 경우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② ‘다만 2’는 ‘위’와 ‘아래’의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의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조항이다. ‘웃돈’의 짝으로 ‘아랫돈’은 없고 ‘웃어른’의 짝으로 ‘아랫어른’도 없다. 따라서 ‘윗돈, 윗어른’을 쓰지 않는다. 맨 겉에 입는 옷을 가리키는 ‘웃옷’도 이와 짝하는 ‘아랫옷’이 없으므로 ‘윗옷’으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 입는 옷을 가리키는 ‘윗옷’은 표준어이다. 이때의 ‘윗-’은 ‘아래’와 대립하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13항 한자 ‘구(句)’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는 ‘귀’로 읽는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구’로 통일한다.

 

  다만, 다음 단어는 ‘귀’로 발음되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종래 ‘구’와 ‘귀’로 혼동이 심했던 ‘句’의 음을 ‘구’로 통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귀절, 대귀, 인용귀’ 등은 모두 ‘구절, 대구, 인용구’로 써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글의 구나 절을 가리킬 때에는 ‘글귀’라고 하고 한시(漢詩) 등에서 두 마디가 한 덩이씩 되게 지은 글을 가리킬 때에는 ‘귀글’이라고 한다.

 

제3절 준말

 

제14항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조항은 본말이 줄어 준말이 된 경우, 본말이 이론적으로만 있거나 사전에만 남아 있고 현실 언어에서 거의 쓰이지 않으면 본말이 아닌 준말을 표준어로 삼음을 말하고 있다.

 

  ① ‘귀치 않다’나 ‘온가지’는 현실 언어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므로 ‘귀찮다, 온갖’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때 ‘귀찮다’의 ‘찮’은 ‘챦’으로 적지 않는다.(한글 맞춤법 제39항 참조)

 

 ② ‘생쥐’의 본말인 ‘새앙쥐’는 비표준어이다. 그러나 땃쥣과 동물인 ‘사향뒤쥐’를 달리 이르는 말인 ‘새앙쥐’는 표준어이다. 이 말은 ‘생쥐’로 줄여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말 형태를 취한 이 말들 중 2음절이 1음절로 된 음절은 대개 긴소리로 발음된다. 가령 ‘무(←무우)’, ‘김(←기음)’, ‘뱀(←배암)’, ‘샘(←새암)’이나 ‘생쥐(←새앙쥐)’의 ‘생’은 긴소리이다. 그러나 ‘솔개(←소리개)’의 ‘솔’은 짧은소리로 난다.

 

제15항 준말이 쓰이고 있더라도, 본말이 널리 쓰이고 있으면 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

 

[붙임] 다음과 같이 명사에 조사가 붙은 경우에도 이 원칙을 적용한다.

 

  제15항은 본말이 훨씬 널리 쓰이고 있고 그에 대응되는 준말이 쓰인다 하여도 그 세력이 극히 미미한 경우 본말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한 조항이다. 준말들이 얼마간이라도 일반적으로 쓰인다면 복수 표준어로 처리하였겠으나, 그 쓰임이 워낙 적을 뿐만 아니라 품위 있는 형태도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준말 형태를 비표준어로 처리한 것이다.

① ‘경없다’는 ‘경황없다’가 줄어든 말이나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사 ‘경황’만을 줄인 ‘경’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궁떨다’는 ‘궁상떨다’가 줄어든 말이나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사 ‘궁상’만을 줄인 ‘궁’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② ‘귀개’는 잘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귀’가 단음으로 읽힐 염려도 있어 ‘귀이개’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귀이개’의 뜻으로 쓰이는 ‘귀지개, 귀후비개, 귀쑤시개, 귀파개’ 등은 모두 비표준어이다. ‘귀이개’로 파내는 것은 ‘귀지’인데, ‘귀지’의 비표준어로는 ‘귓밥, 귀에지, 귀창’ 등이 있다.(표준어 규정 제17항 참조)
③ ‘낙인찍다’의 뜻으로는 ‘낙하다’가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지만, ‘대 따위의 표면을 불에 달군 쇠로 지져서 글자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다’의 뜻으로는 ‘낙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한다.
④ ‘돗’은 거의 쓰이지 않고 ‘돗자리’가 훨씬 더 일반적으로 쓰이므로 ‘돗자리’만을 표준어로 삼았으나, 합성어 ‘돗바늘, 돗틀’과 같은 말에서는 ‘돗’을 쓴다. 이때에는 ‘돗자리바늘, 돗자리틀’과 같이 쓰지 않는다.
⑤ ‘엄(←어음)’은 인정하지 않고 ‘맘(←마음), 담(←다음)’은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은 불균형한 처리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음’은 사무적인 용어인 만큼 ‘맘, 담’과 같은 생활 용어보다는 정확을 기할 필요가 있어 ‘엄’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⑥ [붙임]에서 ‘알로’는 일반적으로 쓰인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알로’와는 달리 ‘이리로, 그리로, 저리로, 요리로, 고리로, 조리로’ 등은 모두 ‘일로, 글로, 절로, 욜로, 골로, 졸로’와 같은 준말 형태가 표준어로 인정된다.

 

제16항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

 

  제14항, 제15항과는 달리, 이 조항에서는 본말과 준말을 함께 표준어로 삼은 단어들을 보였다. 두 형태가 다 널리 쓰이는 것들이어서 어느 하나를 버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① 본말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와 준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의 비고란에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음.”이라고 단서를 붙였는데, 이는 ‘가지다’의 준말 ‘갖다’의 모음 어미 활용형 ‘갖아, 갖아라, 갖았다, 갖으오, 갖은’ 따위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준말의 활용형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머물어, 서둘어서, 서툴었다’는 ‘머물러, 서둘러서, 서툴렀다’로 쓰는 것이 옳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어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외우다’의 준말인 ‘외다’, ‘거두다’의 준말인 ‘걷다’는 각각 ‘외어’, ‘걷어’와 같이 활용할 수 있다.

 

  ② ‘외우다’와 ‘외다’의 관계는 좀 특이하다. 과거에는 ‘외다’만을 표준어로 삼았지만, 이 조항에서는 ‘외우다’를 함께 인정한 것이다. 준말에서 본말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특이한 것인데, 둘의 관계가 여타의 본말과 준말의 관계와 비슷하여 여기에서 함께 다루었다.

 

제4절 단수 표준어

 

제17항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조항은 발음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둘 이상의 말 중에서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태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았음을 보인 것이다.

 

  ① ‘사람이 한 군데에서만 지내다’의 뜻으로 쓰이는 ‘구어박다’는 ‘구워박다’에서 온 말이지만 본뜻과 멀어져 원형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② ‘귀엣고리’는 옛말 ‘귀엣골회’에서 온 말이지만,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아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귀엣고리’와 유사한 형태인 ‘눈엣가시, 귀엣말, 앞엣것, 뒤엣것’ 등은 현대에 널리 쓰이므로 표준어로 인정한다.

 

  ③ ‘귀지’에 비해 ‘귀에지’는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귀지’를 표준어로 삼았다.

 

  ④ 과거에는 ‘감정이 나타나는 얼굴빛’과 ‘마음에 느낀 것이 얼굴에 드러나 뵈는 꼴’을 구별하여 각각 ‘나색’과 ‘내색’으로 구별한 사전도 있었지만, 두 의미가 사실상 구별되지 않고 ‘나색’은 현대에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내색’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⑤ ‘다닫다’는 옛말 ‘다

다’에서 온 말이지만, 현대에는 ‘다다르다’만 쓰게 되었으므로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⑥ ‘대’와 ‘싸리’가 합쳐진 말로 언뜻 ‘대싸리’가 인정될 듯하나,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댑싸리’가 널리 쓰이므로 ‘댑싸리’를 표준어로 삼았다. ‘댑싸리’의 ‘ㅂ’은 옛말의 ‘대

리’에 있던 ‘ㅂ’이 앞말의 받침으로 나타난 것이다.

 

  ⑦ ‘-던’을 ‘-든’으로 쓰거나 ‘-던가, -던지’를 ‘-든가, -든지’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먹던 밥’, ‘그이가 밥을 먹던가?’, ‘어찌나 춥던지’와 같은 말에서는 '던'이 맞고 '든'은 틀린 표현이다. 그러나 선택, 무관의 뜻을 나타내는 데에는 ‘-든, -든가, -든지’가 쓰인다. 예컨대 ‘먹든(가) 말든(가)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가든(지) 말든(지)’ 따위와 같이 쓰는 것은 옳은 표현이다.

 

  ⑧ ‘본새, 사자탈, 상판대기, 설령, 재봉틀’은 한때 ‘뽄새, 사지탈, 쌍판대기, 서령, 자봉틀’과 같은 형태로도 쓰였으나 이들 중 ‘사지탈, 서령, 자봉틀’은 언어 현실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뽄새, 쌍판대기’는 비속어의 어감이 강하여 표준어로 삼지 않았다.

 

  ⑨ ‘서, 너’는 비고란에서 명시한 ‘돈, 말, 발, 푼’ 따위의 앞에서 주로 쓰이고 ‘석, 넉’은 비고란에서 명시한 ‘냥, 되, 섬, 자’ 따위의 앞에서 쓰인다. 그러나 ‘서, 석’, ‘너, 넉’이 반드시 그러한 단위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보리) 서/너 홉’, ‘(종이) 석/넉 장’과 같은 말도 표준어로 인정된다. 다만, ‘서, 너’가 쓰이는 곳에는 ‘석, 넉’이 쓰일 수 없고 ‘석, 넉’이 쓰이는 곳에는 ‘서, 너’가 쓰일 수 없다.

 

  ⑩ ‘-습니다’와 ‘-읍니다’는 종래에 ‘-습니다’와 ‘-읍니다’ 두 가지로 적던 것을 모두 ‘-습니다’로 쓰기로 하였다. 구어에서 ‘-습니다’가 훨씬 널리 쓰이기도 하거니와 동일한 형태를 둘로 나누어 쓸 이유가 없으므로 ‘-습니다’ 쪽으로 통일한 것이다. ‘-올습니다/-올시다’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올시다’를 표준으로 삼았다.

 

  ⑪ ‘썸벅썸벅’은 ‘씀벅씀벅’의 뜻으로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으나 ‘잘 드는 칼에 쉽게 자꾸 베어지는 모양이나 그 소리’의 뜻으로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⑫ ‘짓무르다’는 준말 ‘짓물다’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다. ‘무르다’가 ‘물다’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짓무르다’도 ‘짓물다’로 준 것을 비표준어로 본 것이다.

 

  ⑬ ‘천정(天井)’은 한동안 ‘천장(天障)’의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였으나,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표준어에서 제외하였다. 다만, 위의 한계가 없음을 뜻하는 ‘천정부지(天井不知)’는 널리 사용하므로 표준어로 인정되는 말이다.

 

제5절 복수 표준어

 

제18항 다음 단어는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도 허용한다.

 

  이 조항은 비슷한 발음을 가진 두 형태가 모두 널리 쓰이거나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 현상에 따라 한쪽이 다른 한쪽의 발음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 두 형태 모두를 표준어로 삼았음을 보인 것이다. 복수 표준어는 이와 같이 발음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어휘에 관련된 것도 있다.(표준어 규정 제26항 참조)

 

  ① 대답하는 말로 쓰이는 ‘네’와 ‘예’는 두 형태가 비슷한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으므로 과거 ‘예’만을 표준어로 삼았던 것에서 ‘네’와 ‘예’의 복수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것으로 바꾼 것이다. 

 

  ② ‘쇠-/소-’에서 ‘쇠-’는 전통적 표현이나, ‘소-’도 우세해져 두 가지를 다 쓰게 한 것이다. “시장에 가서 쇠를 팔았다.”라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고 “시장에 가서 소를 팔았다.”라고 해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쇠-’는 단순히 ‘소’를 대치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소의’라는 뜻의 옛말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의’라는 뜻의 ‘쇠-’는 ‘쇠뼈’와 같은 곳에서 쓰이고 이때 ‘소뼈’와 같은 복수 표준어가 인정된다.

 

  ③ ‘고이다, 꼬이다, 쏘이다, 조이다, 쪼이다’ 등에 있는 두 개의 모음 ‘ㅗ’와 ‘ㅣ’는 단모음 ‘ㅚ’로 축약된다. 그런데 ‘괴이다, 꾀이다, 쐬이다, 죄이다, 쬐이다’와 같은 말은 자주 쓰이기는 하나,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 현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제19항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에는,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

 

  이 조항에서는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되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단어들을 보였다. 어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엄밀히 별개의 단어라고 할 근거가 될 수도 있으나, 기원을 같이하는 단어이면서 그 어감의 차이가 미미한 것이어서 복수 표준어로 처리한 것이다.

 

  ① ‘고까/꼬까’는 알록달록하게 곱게 만든 아이의 옷이나 신발 등을 이르는 말이다. ‘고까’는 ‘때때’와 복수 표준어 관계에 있다. 따라서 ‘고까신/꼬까신/때때신’, ‘고까옷/꼬까옷/때때옷’이 모두 표준어로 인정된다.

 

  ② ‘고린내/코린내’보다 다소 큰 느낌을 주는 ‘구린내/쿠린내’도 복수 표준어이다. ‘고리다/코리다’, ‘구리다/쿠리다’ 역시 모두 표준어이다.

 

  ③ ‘나부랭이’는 ‘나부랑이’에서 온 말이다. 표준어 규정 제9항에서 ‘ㅣ’ 역행 동화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경우에는 언어 현실에서 압도적으로 ‘ㅣ’ 역행 동화가 된 ‘나부랭이’를 많이 쓰므로 ‘나부랭이’가 표준어이다. 이와 비슷한 처리를 한 말로 ‘냄비, 새내기, 풋내기’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나부랭이/너부렁이’에서 ‘나부랭이’에 견주어 ‘너부렝이’를 표준어로 삼지 않은 것은 언어 현실이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